Wednesday, March 20, 2024

서울 갈 일

연희동의 미용실과 여의도의 병원은

옛 집에서 대중교통을 타면 꽤 가까웠다. 다닐 만 했다.

굳이 그 동네들을 택했던 이유는 내가 살던 동네의 인프라가 썩 좋지 못하여 머리모양을 한껏 망치고 몸상태-주로 기분-을 여러 번 잡친 이후였다.

더이상 새로운 곳을 찾아 이상한 머리모양과 엿같은 기분을 감내할 힘이 없어 여태까지 오래 드나들었다. 

'단골가게'를 만들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. 그게 왜 미용실과 병원이 되어야 했는지는 모른다.

나를 잘 알아주는 곳 두어 군데 쯤은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억지로 드나들었다. 

진상을 부리거나 억지요구를 한 적은 없다. 나는 어떤 결과와 처방에도 따져 묻지 않고, 그저 시키는대로 따르고 내라는 대로 돈을 낸 호갱이다. 

그저 믿고 의지하고 싶었다. 

머리카락이 지푸라기가 되고, 

합병증으로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버린 이후에야 

쓸데없이 남의 사업장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버렸다.

나는 왜 그깟 미용실과 병원에 의지하며 살았을까? 

'고향'을 만들고 싶었던 사람의 발악? 

이제는 포기했다. 그런 건 내 인생에 없는 것 같다. 


당연히 지금 사는 집 5분 거리에 수많은 미용실과 병원이 있다. 

이사온 뒤에도 무려 2년이란 시간을 꾸역꾸역 서울을 오간 내가 이상한 사람이 맞다. 

수년을 드나들었던 가게들에 발길을 끊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. 

개털이 된 머리는 내가 잘라버려서 꾹 참고 기를 수 밖에 없고,

병원 예약 취소전화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.  다음 예약 여부를 묻지도 않는다. 


이제는 너무 먼 곳으로 이사온지라 다시는 그 가게들을 드나들 일이 없을 것이다. 

바쁜 업장들이라 손님 하나 사라진 걸 애석해 할 처지들도 아니다. 

아직도 내 프로필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고 적혀있는데,

그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서울 가는 날이 드물다. 

도시를 짝사랑하는 일은 참 무용하다. 



Thursday, February 15, 2024

001 Die Anekdote.

 


올해는 나의 생각들을 글로 남길 것이다. 바로 이 곳에. 

쉬운 말로, 어려운 말로, 또는 외국어로 쓸 수도 있다. 

어설퍼도 정확하게 쓸 것이다. 


서울 갈 일

연희동의 미용실과 여의도의 병원은 옛 집에서 대중교통을 타면 꽤 가까웠다. 다닐 만 했다. 굳이 그 동네들을 택했던 이유는 내가 살던 동네의 인프라가 썩 좋지 못하여 머리모양을 한껏 망치고 몸상태-주로 기분-을 여러 번 잡친 이후였다. 더이상 새로운 ...